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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인피니스 댓글 0건 조회 9,773회 작성일 17-12-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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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도 서서히 지고, 이른 아침 눈 비비고 출근 길에 나설 때 서리 비슷한 게 차 창문에 덕지 덕지 붙어 있는 걸 보니 이제 곧 성탄 시즌이다. 언제부턴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백화점이나 쇼핑몰, 커피숍 등이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성탄 분위기를 내는 것 같다. 성탄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믿는 교회보다 더 일찍 말이다. 나의 고향에서는 이맘 때잃어버린 크리스마스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플래시몹 준비에 돌입했었다. 그 플래시몹이란 성탄절 날 청소년들이 모여 테마를 정해 도시의 중심가에서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리는 간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형태였다. 작은 지역 교회였던 내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이 맘 때 라면 한 박스 콘서트를 했다. 누굴 도울 수 있을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교인들의 사정상 큰 출연은 못하더라도 라면 한 박스는 구입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돕자는 누군가의 발의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조그만 강단이 라면 박스들로 가득채워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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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보다 백화점이 트리를 먼저 단다고 해서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도들의 마음보다 상인들의 마케팅 욕구가 더 크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다. 성탄이 대목인 건 사실이지만, 다만 수익 창출 만을 위해 소비되는 성탄만큼은 만들고 싶지 않다(모텔이 매진되는 성탄만큼은 피하고 싶다). 역사적으로 크리스마스가 예수님의 생일이 아닌 들 어떠한가, 이 날은 합법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을 소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래서 오늘은 크리스마스 음반을 들고 왔다.

 

데이비드 크라우더는 창조적인 시도를 즐기는 사람이다. 190츠가 훌쩍 넘는 키에 후줄근한 셔츠와 바지, 그리고 이상한 안경, 무엇보다 얼만큼 길렀는지 가늠할 수 없는 예의 그 수염이 그의 창조성(?)을 일부 설명해 준다면 당시 최고로 불리던 데이비드 크라우더 밴드에서크라우더라는 이름의 솔로로 화끈한 변신을 시도하고, 밴드 기반의 일렉트로닉 뮤직에 심취해 있다가 갑자기 포크로 색깔을 바꾸더니, 마침내는 포크트로니카라는 장르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 까지 그의 행보는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또 모르는 일이다. 수염을 그렇게 기르거나 기타에 [RAY]라는 스티커를 붙이면 그의 행보를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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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내가 막 웨딩마치를 올렸던 2011년으로 돌아간다. 크라우더는 당시 함께 활동하던 데이비드 크라우더 밴드와 함께 크리스마스 음반을 가지고 나왔다. 바로 'Oh For Joy’란 이름의 음반이다. 마치 자신들을북 치는 소년으로 묘사한 키치한 분위기의 캐릭터가 그려진 아트워크를 앞세우고 말이다. 캐롤을 그들의 방식으로 해석한 8곡으로 구성되었는데 평단의 좋은 반응이 있었던 대부분 곡들이 참 좋지만 그 앨범에서 가장 주목했던 곡은 ‘O holy Night’이다. 소향이나 머라이어 캐리의 ‘O holy Night’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밴드 기반의 찬양팀과 함께 성탄을 준비한다면 한번쯤 시도해봐도 될만한 좋은 예배 곡이 될 수 있겠다. 지역의 유지들, 교회 대표자들과 함께 시내 한복판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할 때 당시 함께하던 팀들과 악기를 들고 나가 이 곡을 함께 연주하고 불렀다. 나는 찬양 인도하며 북을 쳤고, 누군가는 작은 드럼과 피아노, 기타를 쳤다. 찬양하는 동안 눈이 내렸고, 세상 한복판에서 예수님의 나심을 노래하던 우리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곧 크리스마스다. 이번 겨울은 작년보다 조금 더 추울 거라는 전망이다. 여름이 많이 더웠던 것에 비례해서 말이다. 세상이 뒤숭숭하다. 서울역 앞을 집 삼아 삶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의 친구들과, 벌써부터 호텔, 모텔 예약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는 젊은이들, 수능이란 산을 넘고 난 절망감, 혹은 기쁨에 조금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 동생들, 오히려 예수님이 더 많이 필요해보이는 우리네 몇몇 교회들과, 광화문 앞의 소리들, 아이들과 만 살고 있는 엄마들, 이태원과 홍대, 강남을 수 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취준생들, 이민 생활의 각박함 속에 살아가고 있는 세계 각지의 한인들, 저 북녘 땅의 친구들. 물론 열거한 이들 외에도 꼭 예수님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는 당신과 성탄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다. 성탄 트리보다 더 밝고 아름답고 따뜻한, 빛 되신 예수님을 함께 누리고 싶다.

- : 한웅기 (웨이쳐치 사역 전도사 / 프로덕션 모티필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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